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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문학으로 英 부커상 최종후보 올라 놀랍고 기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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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집 ‘저주토끼’ 정보라 작가, 한강 이후 6년만에 수상 도전대부분 공포·환상 소설 가까워문단·출판계 예상못한 깜짝결과 “장르문학, 대중성과 상관없이국내선 아직 작품성 의심 받아”부커재단 “초현실적 요소 활용가부장제·자본주의 잔혹성 다뤄”“소감요? 사실 저 지금 너무 춥고 배고파서 아무 생각도 안 나요.”지난 7일 저녁.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쇼트리스트)가 발표된 직후 통화한 정보라(46·사진) 작가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정 작가는 자신의 소설집 ‘저주토끼’(Cursed Bunny)가 최종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거리에서 들었다. 당시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침공 반대 시위에 참가 중이었기 때문이다. 정 작가는 흔들렸던 목소리를 가다듬은 후 “시장성이나 대중성과 상관없이 국내에선 아직 장르 문학의 작품성을 의심하는 경향이 있다”며 “한국 작가로, 장르 문학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게 정말 놀랍고 또 기쁘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자신의 이름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올가 토카르추크 옆에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수업 때 교재로나 만나던 작가예요. 너무 좋아서 지금 화면을 확대해서 보고 또 보는 중이에요.” 부커상은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으로 노벨문학상(스웨덴), 공쿠르상(프랑스)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2016년 한강 작가가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했고, 2018년 ‘흰’으로 최종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정 작가는 한국인으로서는 두 번째, 한국 작품으로는 세 번째 최종 후보에 오르게 됐다. 정 작가는 소위 ‘등단’ 출신이 아니다. 2017년 출간된 ‘저주토끼’(아작)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문단과 출판계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후보인 셈. 정 작가는 그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쓰고 싶은 방식대로 써 왔을 뿐이라며 “흩어져 있던 글들을 짜임새 있게 엮어준 출판사와 무명작가의 책을 눈여겨 봐준 안톤 허 번역가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고 전했다.연세대 인문학부를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러시아 동유럽 지역학 석사, 인디애나대에서 슬라브 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정 작가는 주로 러시아와 폴란드 문학을 번역하며 틈틈이 자신의 소설을 썼다. 책을 낸 출판사의 성격 때문인지, SF 작가로 규정되지만, 10편의 소설이 실린 ‘저주토끼’는 표제작을 비롯해 1998년 연세문화상을 받은 ‘머리’ 등 대부분은 공포·환상 소설에 가깝다. 부커상 재단 역시 소설집에 대해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요소를 사용해 현대 사회의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참혹한 공포와 잔혹함을 다룬다”고 평했다.‘저주토끼’를 번역한 건 한국인 번역가 안톤 허(본명 허정범·41)다. 1차 후보(롱리스트)에 함께 올랐던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창비)도 번역해 더 주목받고 있다. 정 작가와 허 번역가와의 첫 만남은 2018년 한 북 페스티벌에서였다. 당시 정 작가는 아작 출판사 부스에서 책을 판매하며 정세랑·곽재식 등 유명 작가들의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그런데 허 번역가가 갑자기 제 책에 대해 질문하는 거예요. 얼떨떨해 아무 말 못 하고 있으니까, 직접 책을 읽으시더니 ‘문장이 마음에 든다’ ‘번역해 보고 싶다’고 하셨어요.” 정 작가는 “그때는 이런 날이 올 거라곤 정말이지 상상도 못 했다”고 덧붙였다. 결혼 후 지방 소도시에서 지내고 있는 정 작가는 지난 2월 맡고 있던 강의를 전부 내려놓았다. 전업작가로 나서는 것이냐고, 곧 신작을 만날 수 있는 거냐고 묻자 그는 “SF 대문호 스타니스와프 렘의 소설을 번역 중”이라며 “번역 일이 너무 밀려 당분간은 어렵다”며 웃었다. 부커상 수상작은 5월 26일 가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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