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환경 문제’와 ‘기후 위기’는 전문가들만의 거대 담론이 아닌 모두의 문제가 되었다. 해마다 ‘올해는 얼마나 더울지’ 걱정해야 하고, 폭우 예보와 경고 문자가 수시로 날아든다. 공원에만 가도 흔히 봤던 꿀벌의 실종이 떠들썩한 뉴스가 됐고, 쓰레기 더미에서 먹이를 찾는 동물을 무심하게 바라보게 됐다. 인류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걱정하면서도 또다시 일회용품을 쓰고 쓰레기를 내놓는 현실은 환경 오염과 기후 위기가 우리의 일상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부산문화재단이 F1963 석천홀에서 개최한 기획전 ‘안녕, 나의 눈부신 낙원’은 일상을 위협하는 기후 위기와 환경 문제를 다루지만 그것을 정면으로 직시하기보다 이로 인해 변해버린 일상을 드러낸다. 멀리서 바라보면 평범한 자연 풍경 같지만 다가갈수록 인간으로 인해 변해버린 현실의 민낯을 보여주며, 너무 크고 복잡한 문제라 오히려 무뎌지고 외면하는 현재를 드러낸다. 폐산업 시설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생 시킨 F1963에서 열려 전시 공간과 주제가 맞닿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전시는 인간의 개입으로 변한 오늘의 환경을 ‘낙원’이란 역설적인 개념으로 풀어내며 아름답고 익숙해 보이는 풍경 속에 숨은 불안과 모순을 예술적 경험으로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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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포함해 전국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10명의 작가(권승찬 권용주 김유경 김자이 김효연 나현 이선경 이창진 조정현 Studio1750(손진희 김영현))는 각자가 생각하는 낙원을 바탕으로 도시와 자연, 인간과 환경, 소비와 생태, 산업과 생명의 관계를 설치 영상 회화 사운드 등 다채로운 작업으로 선보인다.
전시는 알록달록한 낙원으로 시작한다. 생동감 넘치는 색채의 꽃 씨앗을 닮은 대형 행잉 작품이 부풀어 올랐다 꺼지길 반복하며 흥미를 끈다. Studio1750의 ‘다섯 번째 계절’은 마치 놀이공간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알록달록한 풍선 같지만 실은 유전자 변형 생명체와 먹거리를 빗댄 것으로, 기술과 욕망이 환경과 생태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은유한다. 이어 화려하고 또렷한 색감이 인상적인 이선경 작가의 ‘날아오르다’는 ‘나’의 불안한 감정을 감춰주는 나비 꽃 식물 등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조정현 작가의 ‘Zero Island’는 이번 전시의 주제를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박제된 동물이 있는 공간은 또 다른 자연 풍경 같지만, 실제로 다가가 보면 인간이 버린 쓰레기 더미나 인공물로 인해 갇히고 죽은 공간이다. 원래의 색을 지닌 생명체와 찐득하고 탁한 색으로 뒤덮인 폐기물 더미가 극명하게 대조되며 쓰레기에 파묻힌 동물의 모습에 덤덤해진 우리를 자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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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찬 작가의 ‘인류세-부유하는 무감각’ 역시 수집한 폐기물이 기괴한 모형으로 변한 작품을 통해 폐기물이 바다의 일원이 된 현실을 보여준다. 어촌 마을에서 수집한 어촌 폐기물로 만든 기괴한 형상물은 산업화의 생산과 소비가 남긴 부산물이 쌓여 괴이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알려준다.
파괴된 현실의 대안으로 동아시아 고대 전설의 봉래산을 소환한 나현 작가(‘포모사 프로젝트’)와 각종 개발의 잔해가 파묻힌 땅을 세밀하게 드러낸 김유경 작가(‘땅과 주름진 밤’), 버려진 액자 병풍 족자로 새로운 풍경으로 재구성한 이창진 작가(‘통계학적 풍경화(망미동)’), 사라진 꿀벌을 소환한 김자이 작가(‘휴식의 기술-Bee happy’), 도심 곳곳에 설치된 인공폭포를 버려진 물건들로 재구성한 권용주 작가(‘폭포’) 등도 평범한 일상의 모습을 통해 기후 위기와 환경 문제를 소환하는 작품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마주한 김효연 작가의 ‘썸머 드라이브’는 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가 이미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음을 드러낸다. 북극으로 향하는 도로를 달리며 촬영한 영상에서 마주한 지구 끝의 풍경은 기후 위기가 바꾼 인간의 터전과 생활 방식을 보여준다. 이미 인간은 자연의 변화를 고통스럽게 체감하고 있지만 당장 삶을 위협하지 않는다며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전시가 던지는 묵직한 질문이다.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휴관 없이 25일까지 열린다.
개입으로 변한 오늘